도시공원 예술로 : 계룡시 사업명 공공미술시범사업 <도시공원예술로> 사업기관 계룡시 사업년도 2012

 

지역 재생
차이를 위한 산책 - 금암공원 프로젝트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공간’을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티팟이 진행한 공공예술 프로젝트 ‘차이를 위한 산책’은 생경하고 멀게만 느껴지던 ‘예술’ 행위가 아파트 단지 공원이라는 일상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과정을 잘 보여줍니다. ‘공공 예술의 역할은 무엇일까’에 대한 티팟의 대답, 금암공원 프로젝트에서 보여드립니다.

불편한 사은품 같은 공간

금암공원 모습

어느 아파트 단지에나 공원이 있습니다. 찾는 사람이 많아 북적거리는 공원도 있지만 어떤 곳은 그렇지 않지요. 계룡시에 있는 금암공원은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공원 경관이 특별하게 빼어나거나 편의시설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근처에 어린이집이며 학교, 상가가 있고 나무도 많고 공원 면적도 꽤나 넓은 괜찮은 조건이건만, 금암공원을 찾는 이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계룡시는 군부대를 중심으로 세워진 신도시라 잠시 머물다 가는 이가 많고 뿌리를 내리고 사는 정착민이 많지 않은 곳입니다. 이런 조건은 공원이라는 공간을 친근하게 다가가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운동을 하러 오는 사람도 있었고 모여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시끄럽다’ ‘어수선하다’는 민원 때문에 점점 아무도 찾고 싶어하지 않는 공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파트 공원은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받은 사은품 같은 것인데, 공동으로 사용한다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내 맘대로 혼자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이 맘대로 쓰게 할 수도 없다. 취향이 달라서 서로가 서로에게 조심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화가 치밀 때도 있다. 도대체 누가 이 계륵 같은 공간을 사은품으로 설계한 것인가에 대한 짜증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티팟 조주연 대표의 말처럼 모두의 공간이지만, 모두가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불편한 공간, 금암공원의 옛 모습은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술은 어떤 방법으로 공공에서 실현될 수 있을까요? 티팟이 진행한 공공예술 프로젝트, ‘차이를 위한 산책’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런 불편함에 대해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금암공원을 둘러싼 서로 다른 생각과 입장을 성급히 가리거나 함부로 합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차이’와 ‘다름’을 좀더 잘 드러나게 함으로써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노래하다

금암공원 프로젝트 ‘차이를 위한 산책’은 2013년 5월 25일 오프닝을 기점으로 시작, 10월까지 진행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주민들이 목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운영된 시민노래단 고성방가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성방가 워크숍 연습 모습

‘고민스럽고 성나는 일을 방긋 웃으며 노래(가)한다.’는 뜻의 ‘고성방가’ 워크숍은 서로의 다른 견해와 생각, 불만을 노래로 소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선뜻 말하기 어려웠던 공공의 문제를 신나고 유쾌하게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만들기라는 형식을 더하여 진행했습니다.

주민들이 직접 노랫말을 지은 금암공원송

고성방가 공연 모습

이 프로그램에서 나온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과 이야기는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금암공원 내 미술, 건축 등으로 작품화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클로징하는 행사에서 펼쳐진 ‘고성방가’ 노래단의 무대는 그동안 감추고 숨겨왔던 갈등, 문제에 대해 주민 스스로 목소리를 내서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낸 매우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산책하다

Boundless Body _ 리우

사람과 자연, 세상과 소통하는 몸. 주민들과 함께 그림을 채워넣으면서 공공미술의 장을 마련했다.

 

Collective Swing _ SOA(이치훈, 강예린)

함께 타는 그네이면서 벤치로 서로 마주보거나 옆자리에 앉는 순간 리듬을 타면서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다.

Dot, Dot, Dice_작가 김영나

주사위에 있는 점은 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빼서 방석이나 장난감으로 삼을 수 있다. 개개인의 자리이자 공유하는 공간이 된다.

 

 

Respirer for Geumam_SWBK(송봉규, 이석우)

옹기토를 기와로 구워 만든 펜스로 펜스 앞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옹기가 호흡하듯 금암공원과 호흡하고 녹아드는 장소가 된다.

다방형 벤치_MANIFESTO ARTCHITECTURE(안지용, 이상화)

60여개의 벤치 유닛들을 즉흥적인 조형물이자 놀이기구로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공간은 다변화된다.

‘예술 산책’은 작가들이 만든 작품과 함께하는 산책입니다. 공원에 설치된 작품은 8명의 미술가, 건축가, 디자이너가 참여해서 완성했는데요. 사용자의 마음대로 변형되는 벤치에서부터 자연과 현대인을 상징하거나,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조형물까지 다양한 형태와 주제를 가진 작품들입니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산책을 하는 주민들에게 사이사이 발길을 멈추고 잠깐 머무르거나 쉬었다 가기를 청합니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모호한 작품 앞에서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적용시켜 자기만의 해석을 해보며 색다른 산책을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

 

 

공중부양 지압보도

온몸을 띄워 걷고 싶은 마음과 실제로 이용한 사람들은 가뿐해져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공공 산책’은 그동안 다소 방치되었던 기존 시설이나 장소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입니다. 평소 무심하게 지나쳐버렸던 익숙한 장소, 기구에 다양하고 새로운 쓰임을 제안해 보았습니다. 실제로 그런 쓰임으로 활용되고 있지 않음에도 마치 진짜인 듯 천연덕스럽게 표현한 문구를 통해, 주민들에게 의아함과 생경함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공공 산책’의 목적입니다.

팥죽할멈 벤치

지명에 남아있는 팥과 관련된 유래를 살려 팥죽을 팔던 할멈들이 한숨 돌리고 갔을지도 모르는 곳이다.

희망 다리

날마다 다리 건너 어린이집 아이들이 지나다니며 희망이 자라고 넘나드는 다리다.

마지막으로 ‘숨겨진 산책’에서는 앞으로 만나게 될 공원 속 이야기를 제안했습니다. 정해진 틀이나 규율 밖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또는 이미 형성되어 있는 사소하고 자생적인 개인들의 문화나 리듬을 바깥으로 끄집어냄으로써 더 많은 가능성이 존재하는 공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의 산책을 위하여

금암공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도시에 예술을 더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도시공원 예술로’ 사업 중 하나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과정 중에 주민과 갈등을 겪기도 하고 작가와 기획자, 지자체 간에 소통이 막히기도 하면서 어렵게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티팟은 불협화음과 불편함을 바로 인식하고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대중과 예술이 만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차이를 위한 산책’ 프로젝트를 통해 좀 더 많은 계룡시 주민들이 금암공원을 친근하게 느끼게 되기를, 공원 곳곳에서 색다른 예술적 풍경을 만나고 그것이 다시 주민들의 일상에 활기와 영감을 더해주기를 기대합니다.

 

 

“도시공원 예술로 사업이 뭔가요?”

 

대형건축물을 지을 때는 의무적으로 건물 옆에 미술작품을 설치해야 합니다. 도시를 아름답게 하기 위한 예술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를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라고 합니다. 지금은 이 법이 조금 바뀌어서 건축주는 미술작품을 설치하거나 예술 기금을 내는 것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이 기금으로 새로운 형태의 공공미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공공미술이 필요한 곳, 예술을 통해서 활기를 더할 수 있는 장소를 찾고 프로젝트를 실행할 전문 기획자를 선정합니다. 또한 지자체와 협력테이블을 조직해 사업을 진행합니다. 이것이 바로 ‘도시공원 예술로’ 사업입니다. 지역민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인 공원에 예술가의 상상력을 더해 도시의 풍경을 풍요롭게 하고 예술가와 시민을 일상에서 만나게 하자는 것이 사업의 목표입니다. 금암공원 프로젝트도 이 사업의 하나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