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천년플랫폼 구축 및 운영 사업명 경기천년플랫폼 구축 및 운영 용역 사업기관 경기문화재단 사업년도 2017

 

사건 기획

경기천년플랫폼 구축 및 운영 사업은 2018년 경기정명(定名)천년을 기념하여 진행된 사업입니다. 지금의 삶을 바탕으로 함께 살아갈 미래를 미리 그려보는 내용으로 거리에서, 마을에서   경기도민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었죠. 보통 역사를 기념하는 사업이라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에 치중하기 마련인데 경기천년플랫폼은 다가올 천년의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살아갈 시간에 대하여 이야기했어요. 이 사업이 시작될 때만해도 경기도를 떠올리면 ‘이렇게 크고, 이렇게 다르고, 이렇게 많은 지역에서 어떻게 공통적인 미래상을 그리나’에 대한 생각으로 고민이 컸습니다. 천삼백만에 육박하는 인구와 각기 다른 삶의 양태,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편차도 크고 주요한 이슈도 다를거라 생각했으니까요.

크고 다르고 많은 경기도, 어떻게 만나야할까

31개 시군, 1,300만 인구. 경기도민의 목소리를 잘 듣고 담아내는 과정을 어떻게 기획해야 좋을까? 물리적인 한계를 생각했을 때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야했죠. 그래서 온라인, 오프라인 그리고 이동형 플랫폼 3가지 형태의 콘텐츠를 기획했습니다. 어디든지 도민이 있는 그곳에서 온라인 플랫폼에 접속하고, 생활의 현장에서 오프라인 플랫폼에 참여하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이동식 플랫폼이 출동했지요.

 

도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오프라인 플랫폼도 크게 3단계로 세분화하여 준비했습니다. 1단계는 각 시군별로 진행되었던 시민워크숍 ‘찾아가는 워크숍’, 2단계는 온-오프라인/이동식플랫폼을 통해 도출된 수많은 도민의 의견을 정제하고 숙고하는 ‘유쾌한 테이블’, 3단계는 최종적으로 정리된 도민의 권고를 직접 듣고, 우선 순위를 선정하는 ‘도민창의대회’ 로 구성했습니다. 꽤나 복잡하지만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의견을 듣고 최대한 양질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모이고 이야기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할 수 밖에 없었어요. 아! 그리고 긴 시간을 할애하여 참여하기 어려우신 경기도민들을 위해, 경기도민들이 많이 모여있는 축제장소나 번화가로 직접 찾아가는 팝업투어, 그리고 대학생들의 오늘과 내일을 듣기 위한 캠퍼스투어도 각각 20여곳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찾아가는 워크숍에 참여한 주민들이 마을의 30년 후를 토론하며 미래지도를

그리고 있다.

 

 

5톤트럭을 개조하여 만든 이동식플랫폼은 경기도 곳곳을 달려 7000여건의

의견을 모았다

 

 

다른 공간에 살고 있지만, 같은 고민으로 연결된 우리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모인 경기도민의 목소리는 10,000여건에 달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도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목표와 비전을 만들려면 숙의과정이 꼭 필요했죠. 여섯차례에 걸쳐 지역별로 진행된 유쾌한 테이블은 ‘삶의질과 문화향유’, ‘생애주기별 평생학습’, ‘지속가능한 도시계획’, ‘시민참여와 사회제도’, ‘푸르고 깨끗한 생태환경’ 다섯가지의 의제를 중심으로 다루어 숙의했는데요, 이에 더해서 여섯 번의 행사마다 ‘농업’, ‘바다’, ‘지역문화’, ‘통일’, ‘여성’, ‘청년’과 같은 특수주제를 함께 다루었어요. 이 과정을 통해서 10,000여개에 가까웠던 주민의 의견은 387개의 주민제안으로 수렴되었고 4개분야 43개의 권고사항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유쾌한 테이블 ‘경기동부’ 에 참여한 경기도민들이 제안을 진지하게 숙의중이다.

도민들의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경기문화재단과 티팟은 경기천년의 4개 분야와 10대 목표를 설정했는데요. 이는 도민들이 직접 정리한 43개 권고사항 및 387개 제안과 함께 ‘도민창의대회’를 통해 발표되었습니다. 경기천년 플랫폼이 달려온 6개월의 시간동안 함께 그린 지도, 포스트잇, 도민 이니셔티브 등 지난 시간의 결과물들이 행사장소를 가득 채웠죠. ‘찾아가는 워크숍’, ‘유쾌한 테이블’에서 의견을 내주신 많은 도민분들이 ‘도민창의대회’ 현장에 참석해주셨고 다른 도민들과 경기도지사 앞에서 오픈마이크를 진행했습니다.

 

발표가 진행될수록 창의대회의 분위기는 점점 더 고조되었습니다. 43개의 의견 중 어느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게 없어 10가지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어렵다는 원성이 쇄도했죠. 10개 우선순위가 발표되며 창의대회는 마무리되었으나, 참석하신 도민들은 좀처럼 쉽게 현장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다른 도시, 다른 지역에서 왔지만 같은 생각을 공유해왔다는 걸 알게된 서로는 연락처를 주고 받고, 다음 모임과 다음 실천을 기약했습니다. 패기넘치는 젊은 청년들은 즉석에서 모임을 조직하기도 했죠. 참여한 도민들만큼이나 사업을 꾸려온 티팟의 기획자들 역시 소통의 접점이 드러나는 순간에 감격에 취했습니다.

 

다른 공간에 살고 있지만, 같은 고민으로 연결된 우리

경기천년플랫폼 진행과정 전시 관람(도민창의대회)

 

 

청년정책의 이슈를 발표하는 경기도민의 모습 (도민창의대회)

참여에서 멈추지 않고, ‘함께’ 가는 변화의 길

“제가 이런 행사를 몇 번째 참여했는데 변화도 없고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것 같아서 피곤해요”

 

경기천년플랫폼을 진행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익숙해진 ‘시민참여’ 였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 어느곳에서도 진정한 참여와 그를 통한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운데요, 시작도 하기 전부터 ‘참여’라는 단어에 큰 피로도가 느껴져서 도민 한분한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참여를 독려하는 과정에 큰 정성을 쏟아야 했습니다. 요구받고 부탁받아 ‘참여’는 했다만, 나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의견을 통해 사회가 ‘변화’했는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게 가장 큰 원인이겠죠.

 

경기천년플랫폼에서는 적어도 ‘피드백’만큼은 확실히 하겠다는 약속으로 경기도민들의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이야기를 모아서 어떻게 정리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100% 공개를 원칙으로 했고, 귀찮으리만큼 꾸준히 소통을 지속했죠. 거기에다가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는데요. 결과물이 나오고 사업이 끝나고 나서도 관심을 지속해달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함께한 6개월과 1300만 도민들이 꿈꾸는 미래가 결과보고서 한권으로 책꽃이에 묻히면 안되니까요.

 

티팟은 지역사회의 변화는 몇 번의 오픈테이블과 토론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심의 불빛을 끄지 않은 사회 구성원 한명한명의 일상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티팟이 생각하는 경기천년플랫폼의 가장 큰 성과는 뭘까요? 결과물도 성공적으로 치러진 행사도 아닌 참여하신 경기도민 한분 한분의 가슴속에 지핀 ‘변화의 씨앗’입니다. 함께 만드는 미래에 열의를 갖고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앞으로의 경기도가 매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