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인수위원회 – 광화문1번가 사업명 국민인수위원회 – 광화문1번가 공간 구축 및 운영 사업 사업기관 국정자문위원회 사업년도 2017

 

사건 기획
국민이 새로운 정부를 인수합니다.

2017년 5월 9일, 대한민국 19대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나라다운 나라’를 외치며 온 국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던 추운 겨울이 지나고 맞은 5월의 새 정부였습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국민들은 안심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때보다 정부 정책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뜨거웠습니다. <국민인수위원회-광화문 1번가>는 바로 그때,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정책제안을 받기 위해 구축되었던 새로운 온-오프라인 정책제안 플랫폼입니다. 티팟은 광화문1번가의 공간구축 및 현장운영을 담당했습니다.

오랫동안 바라온 정부-국민의 소통의 시간

새로운 대통령은 당선됐지만, 탄핵 이후 들어선 새로운 정부는 혼란 속에서 인수인계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정부를 만나고픈 전국의 국민들의 쉽게 찾아오고, 쉽게 정책을 제안하고, 생활 속 어려움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한다… 적어도 50일은 필요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만들고, 최대한 오래 운영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15일이라는 짧은 시간. ‘국민이 인수위원이 된다’는 아이디어를 기획하면서 동시에 실행해야 했습니다. 대상지로 선정된 곳은 광화문 일대의 3곳. 각 사이트마다 구축 가능한 공간의 구조와 규모를 동시다발적으로 설계했습니다.

 

기획과정에서 국민들의 제안은 행정안전부 부처의 공무원이 직접 받는다는 원칙을 정하고 담당 공무원들을 선발, 사전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속내를 털어놓고 싶은 국민들도 분명히 있었을 테니 심리상담 전문그룹도 섭외했습니다.

광화문1번가 리플렛

모두를 향해 열린 소통의 공간

그렇게 광화문 1번가의 공간이 기획되었습니다. 국민이 정부의 공무원들에게 직접 정책을 제안하는 제안1번지, 시민단체나 주민단체가 그룹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생각마루, 심리상담을 하는 경청마루, 그리고 현장 스텝들과 공무원들을 위한 활력마루, 함께 읽고 싶은 책으로 국민이 꾸리는 대통령의 서재, 그리고 멀리서 찾아주신 국민들을 안내하는 환영센터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리고 포럼이나 오픈마이크를 위한 무대도 준비되었지요.

 

프로젝트의 내용과 디테일, 디자인, 홍보, 온라인 플랫폼, 공간설계와 설치준비가 차근차근 진행되었습니다. 어느새 설치 디데이. 그날 정오, TF팀의 단톡방에 드라마같은 메시지가 울렸습니다. “하중검토결과 현장에 컨테이너 설치 불가로 판정되었습니다.”

 

설치 개시까지는 딱 5시간이 남은 시간이었습니다. 모두 현장으로 달려갔죠. 대상지로 지정된 한글공원의 구역별 하중을 모두 검토했고,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대입했습니다. 현장에서 새로운 설계가 나왔습니다. 공간의 모양을 바꾸면서 전기, 통신, 장비 등의 모든 계획이 동시다발적으로 변경되었습니다. 24시간이 지난 후 국민인수위원회는 ‘소통의 공간’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국민들이 정책을 제안하는 ‘제안1번지’ 전경

환영센터에서 의견을 게시하는 국민들

더 나은 내일을 함께 이야기하는 사람들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 1번가는 50일동안 120만명의 국민이 방문했습니다. 6,000건이 넘는 서면제안은 분야도 내용도 다양했습니다. 처음엔 개별적이었던 제안들이 나중엔 그룹을 이루어 집단 토론을 하기도 했지요. 당시 온-오프라인으로 접수되었던 제안들은 총 18만건으로 이후 국민권익위원회로 이동, 마지막까지 피드백을 전달하였고 그중 167건이 정책 과제로 선발되었습니다. 이후 열린소통포럼에서 논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정책 제안의 방식도 다양했습니다. 평일 낮에는 국민들의 개별제안이 진행되었고 매주 토요일에는 누구나 정책에 대한 발언을 할 수 있는 국민마이크가 열렸습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에는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다양한 분야의 국민들을 만날 수 있는 오픈포럼이 진행되었습니다. 청소년, 소셜벤쳐, 직장맘 등 다양한 주체가 꾸리는 컨퍼런스였고, 남녀노소 할 것없이 관심분야를 주제로 모여들었죠. 처음의 방문에선 무슨 제안을 할지 망설이다가도, 광화문1번가에 머물고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대화와 논의가 오가고, 나눈 이야기들을 서면을 통해 정부에 전달할 수 있었었습니다. 무장애공간이면서도 모두에게 개방된 곳이었기 때문에 방문하는 누구나 따뜻한 환대를 경험할 수 있었던 공간이기도 합니다.

오픈포럼을 진행중인 모습

국민마이크에서 발언중인 모습

정부에 직접 정책을 제안한다는 건 지금까지는 너무 멀리 있었던 개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순간에 그것이 가능해졌고 그런 직접적인 소통을 경험해 본 대한민국은 그 전의 대한민국과는 같을 수 없을 것입니다. <국민인수위원회-광화문1번가> 이후 우리 삶에 천지개벽이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만, 단 한 가지, ‘말하고 요구하고 바꿔나가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실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