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기준, 서울시민의 86.8%가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아파트는 재산증식의 수단이자, 실용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주거공간이었습니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살고 있지만, 일상을 공유하거나 생활 상 문제를 상의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요. 그렇다면 혼자서 풀기 어려운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아파트 주민과 사회적 기업이 문제를 함께 찾고, 해결한다는 아이디어가 ‘같이살림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습니다. 서울시내 7개구에서, 10개 단지가 시범사업에 참여했습니다. 단지 별 2-3회 주민참여워크숍을 통해 단지들의 특수한 문제를 찾았고, 그에 따라 사업을 계획했습니다. 사업별로 사회적 기업이 매칭되었고, 지역의 중간지원조직이 주민과 기업 사이를 조율하며 지역자원을 연결했습니다.
워크숍에 참여한 주민이 아파트에서 겪는 문제를 카테고리 별로 정리하고 있다
워크숍에 참여한 주민이 용이성과 효과성에 따라 의견을 분류하고 있다
주민들에게는 자신들이 직접 공동의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과정이 생소했습니다. 기존에 아파트에서 필요한 의사결정이 대부분 소수의 대표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주민들 간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부딪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워크숍을 통해 서로를 인정하며 타협점을 찾아갔고,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자랐습니다. 티팟은 올해사업을 토대로 점차 주민이 주도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주민들이 아파트에서 필요한 것을 메모장에 작성하고 있다
워크숍에 참여한 주민들이 밝게 웃고 있다
아파트는 주거의 편리함을 최중심으로 생활과 규칙이 꾸려지는 공간입니다. 아파트에선 불필요한 마주침도, 불쾌한 마주침도, 작은 생활의 불편과 어려움도 매우 쉽게 배제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편리함과 효율성만을 추구해온 현대 도시가 가진 몇가지 문제점을 극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지요. 그렇기때문에 사회적경제의 방식으로 공동의 필요와 불편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주민들에겐 딴 나라 이야기, 또 기획단에게도 요원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이 있다고 시도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편리한 선택이니까요. 이제 시작인 사회적경제 아파트 프로젝트의 앞날을 지켜보려합니다.